[정의]

경기도 시흥시 산현동에 있는 조선 전기의 문신 이숙번의 묘.

[개설]

이숙번(李叔蕃)[1373~1440]의 본관은 안성(安城), 자는 백응(伯應), 호는 운정(芸亭)이다. 아버지는 문하시중(門下侍中) 이경(李坰), 어머니는 전리판서(典理判書) 남휘주(南輝珠)의 딸이다. 1393년(태조 2) 식년(式年) 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였고, 1398년(태조 7) 지안산군사(知安山郡事) 재임 중 이방원(李芳遠)의 측근으로 제1차 왕자의 난에서 공을 세워 정사공신(定社功臣)에 책록되었다. 1400년(정종 2) 제2차 왕자의 난에서 공을 세워 이방원이 태종으로 즉위한 1401년(태종 1) 다시 좌명공신(佐命功臣)에 책록되었다.

그 후 태종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병권을 행사하는 요직을 두루 거쳤다. 1402년(태종 2) 지승추부사(知承樞府事)로서 안변부사 조사의(趙思義) 난을 평정하였고, 1404년(태종 4) 참찬의정부사(參贊議政府事)에 제수되었다. 1413년(태종 13) 병조판서, 1414년(태종 14) 의정부찬성사(議政府贊成事)를 역임하고, 1415년(태종 15) 안성부원군(安城府院君)이 되었다.

1416년(태종 16) 왕과 대신들이 가뭄 대책으로 분주할 때 이숙번이 병을 핑계 대며 여러 날 궁궐에 나타나지 않자, 그의 불충과 무례를 비난하는 대소 신료의 상소가 빗발쳤다. 결국 그해 이숙번의 공신녹권(功臣錄券)[공신에 책봉된 양반 관료의 포상 내용을 기록하여 만든 문서]과 직첩(職牒)[조정에서 내리는 벼슬아치의 임명장]을 회수하고, 오래도록 함양에서 유배 생활을 하다가 1440년(세종 22) 사망하였다. 지춘추관사(知春秋館事)로 영춘추관사(領春秋館事) 하륜(河崙) 등과 함께 『고려사』 개수 작업에 참여하였다. 시호는 충숙(忠肅)이다.

[위치]

경기도 시흥시 산현동 산71 안성 이씨(安城李氏) 선대의 묘역에 있다. 안성 이씨 묘역은 이숙번의 증조할아버지 이희(李禧), 할아버지 이사정(李思正), 아버지 이경(李坰), 이숙번 묘가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조성되어 있다. 흥부저수지[물왕저수지]에서 물왕사거리로 가다 금화로 안산 방면으로 좌회전 후 산현동 골원마을에 이르면 우측으로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형태]

부인 청주 정씨(淸州鄭氏)와 합장묘로 장방형 형태의 단분(單墳)이다. 사각 형태의 묘는 시흥시에서 유일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직사각형[가로 3.03m, 세로 3.93m]의 봉분 둘레에 2단의 호석(護石)을 둘렀다. 봉분 앞에 상석·향로석과 그 앞에 장명등이 있으며 좌우로 마주하는 두 쌍의 문인석이 세워져 있다.

장명등과 문인석 두 쌍은 15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고려시대 양식을 이어받은 사각의 장명등은 사모지붕[삿갓지붕]이 망실되어 새로 보수한 상태이다. 문인석은 머리 위에 복두(幞頭)를 쓰고 얼굴은 웃는 모습이며 홀(笏)을 잡은 양손은 옷소매로 덮여 있다. 조선시대 묘역에서 문인석 두 쌍이 있는 경우는 태종의 헌릉을 제외하고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금석문]

봉분의 우측에는 1996년 세운 묘갈(墓碣)이 있고, 묘역 아래에는 1958년 조성한 귀부개석(龜趺蓋石) 양식의 묘비가 있다.

[현황]

후손들이 개보수하는 과정에서 일부 원형을 잃었으나, 2006년 정밀 발굴 조사 과정에서 원형을 복구하고 주변을 정비하였다. 15세기 묘제의 원형을 갖춘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6년 12월 5일 시흥시 향토유적 제18호로 지정되었다.

[의의와 평가]

장방형 형태의 이숙번 묘는 고려 말의 형식을 계승한 것으로 조선 초기 사대부 묘제 및 석물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된다.